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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쾌거는 대한민국 유가증권 시장의 역사를 새로 쓴 이정표라 할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면서 “이 같은 추세 자체는 그렇게 쉽게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장밋빛 기대를 내비쳤다. 이러한 개가는 미국 증시가 기술주 강세에 힘입어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글로벌 훈풍 덕도 있었지만, 코스피 상승의 주역은 단연 K반도체였다. 대한민국 국가 대표 반도체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 오픈AI와 손잡고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초대형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사업인 ‘스타게이트(Stargate) 프로젝트’에 본격 참여한다는 소식은 한국이 ‘AI 반도체 허브’로 부상할 수 있다는 기대감을 키웠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지난 1월 21일‘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미국 대통령이 추진을 발표한 사업으로 중국과의 AI 패권 경쟁에서 앞서나가기 위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담고 있다. 2029년까지 5,000억 달러(약 702조 원)를 투입해 미국 내에 초대형 AI 데이터센터 20곳을 짓는다는 계획이다. 챗GPT 개발사인 오픈AI와 함께 오라클, 일본 소프트뱅크가 프로젝트를 주도하는데, 새로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요 핵심 파트너로 승선하면서 한·미 ‘AI 동맹’이 가일층 강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는 당당히 글로벌 ‘게임 체인저(Game-Changer)’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국내에선 ‘메타(Meta)’의 ‘AI 얼라이언스’와 ‘일론 머스크(Elon Musk)’의 엑스에이아이(xAI), 엔스로픽(Anthropic) 등 경쟁 프로젝트들보다 한 발 더 앞서 나가고 있다.
하지만 정작 증시의 추세적 상승을 뒷받침해야 할 우리 경제 상황은 장기 저성장과 높은 국가부채, 낮은 노동생산성 등의 한계 탓에 장밋빛 기대까지 갖기에는 다소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정부가 1·2차 소비쿠폰 지급 등 확장재정 정책을 통해 성장률 반등을 노렸음에도, 올해 성장률이 1%를 넘지 못할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국내외 주요 기관들의 전망치를 종합한 결과, 올해 한국의 성장률은 평균 0.88%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0월 7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지난달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0.8%에서 0.9%로 소폭 상향 조정하는데 그쳤으며, 한국개발연구원(KDI·0.8%), 아시아개발은행(ADB·0.8%), 한국은행(0.9%) 등도 모두 1%를 밑도는 전망을 내놨다. 나라 곳간은 텅텅 비어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5년 전만 해도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2060년 81%대에서 관리될 것이라고 장담했지만 지난달 2065년 기준 156.3%까지 뛸 것으로 수정한 바 있다. 현행 제도와 정책이 유지된다면 올해(49.1%)의 세 배를 넘는 수준이다.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지출 확대와 성장 둔화가 겹치면서 재정이 장기적으로 악화할 것이란 메시지다. 내년도 정부 지출 증가율은 8.1%에 달해 눈덩이 부채에 국고채 원리금 상환액이 150조 원을 웃돌게 된다. 경쟁국에 비해 크게 뒤지는 노동생산성도 문제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지속성장이니셔티브(SGI)가 지난 9월 22일 발표한 ‘임금과 노동생산성 추이, 그리고 근로 시간 단축의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연간 노동생산성(취업자 1인당 국내총생산 │ GDP)은 6만 5,000달러(약 9,058만 원)로 조사됐다. 2023년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국 중 22위로 OECD 평균(9만 7,000달러)의 67% 수준에 그친다. SGI 보고서는 특히 한국이 주4일제를 공식 도입한 벨기에(12만 5,000달러)와 아이슬란드(14만 4,000달러)에 비해 노동생산성이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9만 9,000달러)·독일(9만 9,000달러)·영국(10만 1,000달러) 등 주4일제 시범운영 국가와 비교해도 크게 뒤처진다고 밝혔다.
지금은 주가 상승에 고무돼 낙관적 기대에 취할 상황이 아니라 경제 체질 개선에 집중할 때란 것은 각별 유념해야만 한다. 현재 시행에 들어갔거나 법안이 통과된 경직된 주 52시간 규제를 비롯해 노란봉투법, 「상법」 개정안,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등에 대해서는 시행 시기 조절 등 보완 조치가 필요해 보인다. 힘의 논리를 앞세워 당·정이 강행 처리를 예고한 주4.5일제와 정년 연장은 우리 경제와 기업 현실을 감안해서라도 돌다리를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코스피 3,500 시대’가 열렸다고는 하지만 진짜 시험대는 지금부터다. 대미(對美) 관세 협상을 둘러싼 불확실성을 서둘러 해소하고, 미래 산업 전반으로 성장의 불씨를 확산시키지 않으면 주가 상승세가 지속되기 매우 어렵다. 주주 환원과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대감에 당장은 주가가 크게 오를지 몰라도 기업 실적과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주가 5,000 시대’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그 무엇보다 기업이 근원 경쟁력을 높일 수 있도록 제반 환경 조성에 힘쓰는 게 정부가 할 일이다. 한계에 봉착한 산업의 구조조정과 개혁은 결단코 미룰 수 없는 현안 과제다. 인공지능(AI) 대전환을 통해 미래 먹거리와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는 한편 신시장 개척도 서둘러야 할 당면 과제다.
한국 증시가 전인미답(前人未踏)에 오른 건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주가는 기본적으로 기업 경쟁력과 실적을 바탕으로 할 뿐만 아니라 정부가 통제할 수 없는 외부 환경의 영향도 크다.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고 변동성이 큰 주가지수 자체를 국정 과제나 정책 목표로 삼는다는 건 결코 바람직하다고 볼 수 없다. 게다가 경제 성장률이 0%대에 머물 것이란 암울한 장기 저성장 고착(固着)도 증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 결국 기업들이 열심히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반도체를 넘어 2차 전지·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이 더불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주가 상승을 지속적·연속적으로 이어갈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며 비책이자 첩경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건 ‘코스피 5,000 시대’ 역시 기업 투자와 고용 창출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에서부터 출발해야만 희망이 보일 것이다. 무엇보다 정책의 일관성 견지(堅持)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코리아 프리미엄’으로 반전하는 지혜를 모아 획기적인 구조 개혁을 서둘러야만 한다. 이재명 정부의 야심 찬 ‘인공지능(AI) 3대 강국’, ‘잠재성장률 3%’, ‘국력 세계 5강’이라는 이른바‘335 공약(公約)’이 허망한 장밋빛 말 잔치에 불과한 ‘빈 공약(空約)’으로 내동댕이치지 않고 반드시 성공할 수 있도록 국가 역량을 총 집주(集注)해야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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